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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쌤스쿨 2019. 7. 18.










약이 되는 실패, 신규 교사에게 실패할 시간을 주세요.

 

앞서 이야기 한 대로 우리나라 초등교사 중 밀레니얼 세대, 2030은 전체 초등학교 교사의 50%를 차지할 만큼 많습니다. 우리나라 공교육의 미래는 이 젊은 교사들의 성장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밀레니얼 교사 중에서도 다양한 교사와 상황이 있으니 성장하는 방식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신규교사를 중심으로 실패성장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초등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일단 전국에 있는 10개의 교대(서울교대, 경인교대, 춘천교대 등)에 입학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화여자대학교, 한국교원대학교, 제주대학교에 있는 초등교육학과를 졸업해야만 초등교사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얻습니다. 초등교사를 양성하기 위한 특수한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대학교를 졸업한다고 해서 초등교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교육공무원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이하 임용고사)에 합격해야하죠. 교대만 나오면 바로 교사가 될거라고 생각하지만 신규교사는 상당히 집중적인 준비과정을 통해 교사로 거듭납니다.

 

우여곡절 끝에 임용고사에 합격을 하여 교사가 되면 신규교사연수를 3-4일 받고 그걸로 끝입니다. 이제 완성된 교사로 기존 경력교사와 다름없이 똑같이 담임을 하고, 수업을 하고, 행정업무를 맡습니다. 오히려 많은 곳에서 신규의 열정과 패기라는 이름으로 경력교사에게도 벅찬 업무를 맡고 있으며 기피 학년을 담당합니다. 신규교사라고 해서 배려받는 경우보다 더 큰 역할을 맡아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은 초등교사커뮤니티 인디스쿨에 올라온 신규교사의 글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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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 안녕하세요? 40학급 큰 학교에 3월 발령난 신규입니다첫 발령에 학교폭력 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업무를 받고 나서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첫 발령부터 모든 것이 다 좋을 순 없으니까, 힘들어도 조금만 참자고 생각했습니다학교엔 전임자 선생님이 계시지 않습니다업무관리시스템을 뒤져도 어느 시기에 어떻게 업무를 추진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더라구요. 그러다 보니 멍청하게도 3월에 이루어져야 했었던 업무들을 놓쳤습니다

 

교감선생님께서는 4월인데 아직까지도 업무가 숙지되지 않은 것이냐며 질책하셨습니다. 제 잘못이 분명 맞는데, 징징거리지 않기로 다짐했는데 서러웠습니다나이스, 업무 관리 시스템의 낯선 단어들 사이에서 헤매고 옆 반 선생님, 부장님 반으로 매일 뛰어가고 학교 폭력과 관련된 송사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서 매일 매뉴얼을 뒤졌는데 정작 제대로 진행된 일은 하나도 없더라구요..

 

뒤늦게 업무를 추진하느라 쉬는시간에 교실을 비우면 아이들은 손가락 사이 모래알처럼 흩어져 반이 엉망이 되어 있고.. 업무로 얽힌 선생님들께 민폐만 끼치고 있고.. 업무 펑크만 내면서 학급 경영도 못하는 교사가 된 것이 너무 슬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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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신규교사들의 고충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신규교사를 완성된 교사로 취급하는 학교문화가 가장 큰 문제라고 봅니다. 앞서 언급 했듯이 많은 학교에서는 신규교사가 오면 기피업무, 기피학년을 줍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입니다. “나 때는 더했어. 배우는 셈 치고 해봐.” 제가 저번 글(학교에서 만나는 50% - 개인주의가 아닌 나 다움)에서 밀레니얼교사들은 기존 학교 문화와 시스템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외부로 관심사를 찾아 떠난다고 했습니다. 위 사례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신규교사지만 모든 교사들이 기피하는 학교폭력업무를 맡았고 기초부터 탄탄하게 채워나가야 할 중요한 학급운영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그룹 교육자들과 제가 대표운영진으로 있는 초등교사커뮤니티 인디스쿨이 합심하여 재미있는 행사를 했습니다. 바로 망한교육실천사례를 다른 교사들 앞에서 발표하는 전국교육망실대회이었습니다행사를 주관한 김현희 선생님은 전통적인 수업 사례 발표나 연구대회같은 매끈한 수업, 정해진 성공, 결론을 향해 질주하는 보고서 같은  사례들은 대부분의 평범한 교사들에게 오히려 자괴감을 느끼게 하고, 평가받을까 두려워 교실 문을 닫는 경향까지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실패담을 공유하는 행위가 연대와 협력 의식을 쌓는 기초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쓰러질 것 같냐. 인생은 길고 내 정년도 길어. 모험은 시작됐어 선생님 가자 레츠고! 얘들아 미안해 수업 망해서 미안해!” 2018년 유튜브를 강타했던 마미손을 패러디한 캐치프라이즈부터 재치있고 재미있습니다. SNS를 뜨겁게 달구며 진행된 이 행사의 발표자와 참가자들도, SNS에서 후기를 남기며 열심히 공유했던 이들도 대부분 밀레니얼 세대 교사들이었습니다.

 

  광주광역시교육청에서는 교사, 수업하다라는 제목으로 공모과정을 거쳐 교사들의 수업 폭망기’ 100개 사례를 책으로 엮어내었습니다. 공모 당시 명칭은 수업 폭망기 공모전이었고, 공모를 진행해 교사의 수업 실패 경험 공유를 통해 교사의 전문성을 신장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공모전 심사위원을 경력 3년 미만 신규교사로 구성한 것도 아주 신선했습니다. 책은 SNS를 통해 교사들 사이에 입소문이나 서울제주 등 전국 17개 시도에서 광주교육청으로 도서 요청이 들어와 200부 넘게 관외 발송했다고 합니다.

 

모든 성장에는 도전과 실패가 필요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말이지만 특별히 저는 학생과 교사에게는 도전과 실패가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학창시절 동안 계속해서 도전하고 실패해야 더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며 이를 이해하고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도전과 실패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한 값진 경험들은 신규교사가 교육에 끊임없이 관심을 두고 향후 교육 전문가로서 더 멋진 수업과 학급운영을 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하지만 많은 학교에서는 신규교사에게 충분히 성장할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신규교사를 이미 완성품 교사로 취급하며 충분히 도전하고 실패할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앞선 사례처럼 신규교사에게 4월인데 한달동안 학교폭력업무를 숙지하지 못했다고 면박을 주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밀레니얼과 함께 일하는 법, 이은형>에서는 밀레니얼 세대의 기업 선택 기준 1순위는 조직문화라고 하며 이들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곧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했습니다.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신규교사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학교문화와 시스템을 바꿔야 합니다. 앞으로의 교육혁신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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